제약사는 효과와 안전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각국 보건 당국은 대개 그 자료를 기초로 허가를 낸다. 그런데 제약사는 자사 제품에 불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숨기기도 한다. 제약사 쉐링은 다이안느를 한국에서 여드름에 좋은 피임약이라고 광고했다. 반면 캐나다나 영국 등은 간에 끼칠 수 있는 독성 때문에 절대로 피임약으로 써서는 안되며 오로지 호르몬에 관련된 심각한 여드름에 짫은 기간만 사용하라고 여러번 경고했다. 2007년 다이안느는 건약 등 시민단체가 한 고발 때문에 행정 처분을 받고는 여드름 치료제로 허가 사항을 변경했다.
‘한국인의 두통약! 두통, 치통, 생리통에 맞다 게보린!“ 이라는 광고로 유명한 게보린도 비슷하다. 게보린에 든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은 재생 불량성 빈혈같은 치명적인 혈액학적 부작용, 인지기능 저하, 경련, 부정맥 등 논랑이 있는 성분이다. 이미 아일랜드, 터키, 이탈리아 등은 안전성 문제로 퇴출한 성분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사용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이 성분이 든 약품을 아예 판매하지 않는다.
2008년부터 시민사회단체가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한 끝에 2012년 게보린의 안전성을 재평가했다. 3년여 연구 뒤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부 주의 사항을 수정하는 선에서 시판 유지를 결정했다.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등에서 안전 문제로 게보린 제제를 퇴출한 세계보건기구 보고서를 언급하지만 시판 회사가 하는 주장을 받아 들였다.
시판을 아예 안 한 국가도 상황이 의심스럽다. 제약사는 미국 식품 의약국에 허가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미국 식품의약국은 개별 약물에 관한 허가 신청 여부를 회사 기밀을 이유로 알려주지 않는다.
제약사가 미국에서 판매를 원해 허가를 신청하지만 미국식품의약국이 안전성을 문제로 허가를 거부한 약물일 수 있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허가를 신청하지 않은 약물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믿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