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개념 중 재미있는 요소가 바로 부작용이다. 우리는 흔히 부작용의 해로운 작용 정도로 이해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유해작용이라 부른다.
부작용의 영어식 표현인 ‘사이드 이펙트 side effect'도 부가로 발생하는 효과를 말한다. 유해작용도 부작용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발기 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는 처음에 협심증 약으로 개발됐다. 그런데 이 약을 복용한 남성들이 성기가 발기하는 특이한 부작용을 겪게 되자 제약사는 협심증 약이 아니라 성기능 장애 개선제로 바꿔 판매했다
부작용이 효능이 된 대표 사례다. 미녹시딜도 혈압약에서 발모제로 바뀌었다. 이렇게 동전의 양면처럼 보이는 부작용과 효능은 결국 무엇을 바라고 투약하느냐에 따라 나뉜다.
유해 반응을 이용한 약물 요법도 등장했다. 카페인이 지닌 식욕 저하 작용을 다이어트에 이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거머리에 물리면 피가 멈추지 않는 현상을 응용해 혈전 치료제를 만들거나 알레르기 치료제인 항히스타민제가 내는 졸음 부작용을 이용해 습관성 없는 수면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원하는 작용만 노리고 투약하는 서양 의학에 견줘 동양은 부작용 개념이 발달하지 못했다. 동양은 한약을 먹고 얼굴일 빨개지거나 졸리거나 식욕이 당기는 현상을 치료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명현현상‘이라고 부른다.
한두 가지 물질이나 특정한 신체 반응으로 병의 원인을 판단하지 않고 병증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진단법은 약에도 나타난다. 부작용으로 보지 않고 피할 수 없이 함께 나타나는 작용으로 여긴다.
약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용하는 개념이 동서양이 다르다고 해도 건강을 되찾으려는 목적은 분명히 같다. 그렇지만 약은 잘못 사용하면 안쓰느니만 못할 뿐 아니라 독으로 작용한다. ’모든 약은 독이다‘는 격언은 약의 위해성을 뜻하지만 그만큼 조심스럽게 사용하라는 뜻이기도 하다.